[영유아 교육] [영유아 적기교육보장 연속보도⑲] 사교육 부담 경감 명목의 특별활동 지원, 유아 사교육 부추기는 꼴...(+상세내용)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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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부담 경감 명목의 특별활동 지원, 유아 사교육을 부추기는 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교육포럼>은 조기 사교육 광풍 속에 대한민국 아이들의 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해 베이비뉴스에 26인의 릴레이 기고 '아이들의 시간을 지켜주세요'를 시작하였고, 이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보도 형식으로 배포합니다. 

 

4살 아이가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치르고, 만 5세가 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실이 텅 비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영유아 교육의 현실입니다. 조기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발달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놀이와 탐색의 시간을 빼앗고 있습니다. 영유아 교육 현장의 교사, 연구자, 부모, 정책 전문가 26인은 조기 사교육이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교육 현실을 짚고, 국가와 사회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조기가 아닌 ‘적기교육’을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제안합니다. 빨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제때 자라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권리입니다. 

 

필자: 김은주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영유아교육기관의 특별활동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등원한 다섯 살 아이의 오후를 들여다보자. 점심 이후에 소위 외부 강사라고 하는 선생님들을 만난다. 어떤 날은 1개, 어떤 날은 2-3개씩 ‘특별’하다는 수업을 받는다. 유치원에 다니는 다섯 살 아이의 오후도 다르지 않다. 유아 1인당 하루에 1개 활동, 1시간 이내 운영이라는 원칙 하에, 선택의 형식을 띠면서 사실상 필수처럼 운영되는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만난다. 프로그램은 운동놀이, 과학놀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 내용은 초등학교 시간표에 나올 법한 영어, 수학, 음악, 미술 등 교과목 같은 명칭과 구성이다. 하루가 끝날 무렵 아이는 많은 것을 배운 듯 보이지만, 정작 친구와 마음껏 뛰어놀고 상상하며 놀이를 이어가고 담임 선생님과 충분히 눈 맞추면서 이야기한 시간은 얼마나 되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날 영유아교육기관에서 특별활동은 이처럼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영어, 수학, 체육, 발레, 미술 등 각종 프로그램은 영유아교육기관의 일상이 되었고, 때로는 하루 일과의 중심이 되고 있다. 놀이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중심이라고 말하는 나라에서, 놀이보다 특별활동이 아이들의 시간을 더 많이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작 아이들의 하루는 놀이보다 교과형 프로그램으로 채워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특별’히 마련되었겠으나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면서, 특별활동이 교육과정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교육과정 자체를 대체하고 있다. 

 

■ 영유아교육의 시장화영유아 놀이권의 침해이자 교사 교육권의 침해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이 현상을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 때문이라고만 설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의 결과다. 영유아교육기관은 학부모의 민원을 외면하기 어렵다. 왜 다른 기관에는 하는 걸 여기서는 안 하냐는 부모의 요구를 교육적 전문성으로 설득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원장과 교사도 놀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교육철학보다 이용자의 선택에 더 크게 흔들리는 구조로 운영되어온 역사 속에, 학부모 만족도가 운영을 좌우하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돌봄 정책도 역설적으로 특별활동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교육기관인 동시에 장시간 돌봄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장시간 돌봄이 확대되면서 긴 시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부족했다. 충분한 교사와 놀이 환경을 지원하기보다 특별활동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외부 프로그램을 채워 넣는 것이 손쉬운 대안이 되었다. 돌봄의 질을 높이는 대신 외주화를 통한 프로그램의 양을 늘린 셈이다. 예산과 운영 구조도 다르지 않다. 일부 특별활동은 수익 구조와 연결되고, 기관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고, 학부모 선택을 좌우하는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현장의 교사와 원장들은 특별활동을 줄이고 싶어도 쉽게 줄일 수 없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기관에 긴 시간 머무는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대신 외부 강사에 의한 특별활동이라는 손쉬운 대안을 선택한 결과는, 공적 유아교육기관조차 사교육 시장의 논리를 닮아가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즉 공공성이 시장성을 닮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의 후퇴이며, 유아교육의 시장화(marketization)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특별활동의 확대는 개별 기관의 선택이라기보다 제도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공적 보육과 교육의 시간이 시장의 요구에 의해 조금씩 잠식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하루는 공공성이 지켜야 할 시간임에도, 그 시간의 내용은 점차 사교육의 언어로 채워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이들은 특별활동을 원하는가? 아이들은 오후 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을까? 외부 강사가 하는 특별활동으로 교사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나? 장시간의 돌봄 시간을 다양한 놀이와 휴식으로 채우기보다 외부 프로그램으로 메우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가장 적절한 방식인지, 과도한 특별활동으로 아이들의 놀이권이 침해된 것은 아닌지,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영유아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물어야 한다. 

 

■ 공적 돌봄의 사교육화이제는 공적 책임의 방향을 다시 물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영유아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핵심문제 중 하나는, '특별활동이 많다'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공적 교육시간이 시장 논리에 의해 재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서는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말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제도에서는 특별활동 및 특성화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사교육을 조기에 조장할 우려가 있는 각종 교과형 외부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다. 물론 특별활동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경험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특별활동이 교육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교육과정 자체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유아기의 발달 특성을 고려해 설계되어야 할 하루 일과가 프로그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놀이와 쉼, 또래와의 관계 형성은 점차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영유아교육기관에서의 아이들의 시간은 충분히 놀고, 쉬고, 친구를 만나고, 교사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도록 보장된 시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그 시간은 점점 시장의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는 사교육이 방과후를 넘어 공적 교육과정 안으로까지 들어오고 있다. 교사 1인당 영유아 수가 많고 아이들이 장시간 기관에 머무는 현실에서, 국가는 교사를 늘리고 기본 운영비를 충분히 지원하기보다 특별활동비나 외부 강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러한 현실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특별활동의 문제는 단순히 많다는 점이 아니다. 공공이 책임져야 할 교육의 내용이 시장의 요구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가 문제다. 부모는 불안 때문에 특별활동을 요구하고, 기관은 생존을 위해 이를 수용하며, 국가는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말하면서도 이를 실현할 제도적 장치 마련은 미루고 있다. 결국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국 교육에서 조기에 사교육 논리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영유아교육 시기부터 만들어버렸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경험이 부모에게 ‘자녀의 배움은 외부 프로그램으로 소비하는 것’이라는 감각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놀이를 통해 스스로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 배우는 경험보다 외부 강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경험이 교육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사교육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지원되는 공교육의 무상교육지원비가 특별활동 경비로 소비되면서 오히려 부모들에게 학원화를 조기에 경험시킨 꼴이다. 

 

그동안 영유아교육현장은 사회적 구조와 제도라는 결과로 인해, 교육적 필요와 상관없이 점점 더 많은 특별활동을 찾아야 하는 역설에 빠져버렸다. 국가책임 영유아교육은 부모가 부담하던 교육비를 줄이는 데에만 있지 않다. 국가책임이란 예산을 얼마나 투입하느냐가 아니라, 그 예산이 어떤 방향으로 사용되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영유아기에 정말 특별활동이 필요한가”, “영유아의 하루는 어떠해야 하는가”, “교사가 질 높은 영유아교육을 하려면 국가는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한국 교육의 철학을 바꾸는 문제이며,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특별하지 않아도 되는편안한 하루를 되돌려주자.

 

공적 유아교육은 사교육을 대신하는 기관이 아니다. 시장이 줄 수 없는 경험을 보장하는 곳이다. 만약 공적 돌봄마저 사교육의 언어와 논리로 운영된다면, 우리는 아이들의 하루만 잃는 것이 아니다. 유아교육이 지켜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 교육의 공공성을 잃는 것이다. 영유아교육의 경쟁력은 아이가 충분히 놀 수 있었는가, 마음껏 관계를 맺을 수 있었는가, 스스로 탐색하고 실패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었는가, 아이의 하루가 건강하고 행복한가에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영유아에게 가장 중요한 배움이 놀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분명히 말한다. 놀이는 쉬는 시간이 아니라 배움 그 자체이며, 또래와 관계를 맺고 문제를 해결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교육과정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관의 철학이나 교사의 전문성보다 지원받은 예산 사용을 위해 특별활동을 운영하거나, 아이들의 자발적 놀이가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특별활동 사이의 빈 시간 동안 허용되는 등 보육·교육과정이 외부 프로그램 일정에 맞추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놀이중심 교육과정과 특별활동 운영 사이의 엇박자가 생긴 셈이다. 우리는 특별활동이 아이의 하루를 덮는 순간,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영유아기 놀이시간과 추억이 사라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특별 프로그램이 아니라 충분한 놀이, 충분한 쉼, 충분한 관계 맺음이다. 어린 나이부터 기관에서 긴 시간을 생활하게 되는 우리 아이들의 하루를 과연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맞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질문해보자. “긴 시간 기관에 머무는 영유아기 아이들의 하루는 어떠해야 하는가?” 

 

영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은 아이들에게 ‘특별’하지 않아도 되는,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놀 수 있는 편안한 하루를 되돌려주기 위한 질 높은 교육환경을 마련하는 데 있다. 영유아교육의 공공성은, 사교육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영유아가 아이답게 성장할 권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곳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에서 그 방향을 찾아야 한다. 

2026. 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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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천은아 책임연구원(02-797-4044내선번호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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