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교육][영유아 적기교육보장 연속보도 ⑳] 영유아에게 필요한 건 '놀이식 교육'이 아닌 놀이 그 자체다... (+상세내용)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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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에게 필요한 건 '놀이식 교육'이 아닌 놀이 그 자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교육포럼>은 조기 사교육 광풍 속에 대한민국 아이들의 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해 베이비뉴스에 26인의 릴레이 기고 '아이들의 시간을 지켜주세요'를 시작하였고, 이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보도 형식으로 배포합니다. 

 

4살 아이가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치르고, 만 5세가 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실이 텅 비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영유아 교육의 현실입니다. 조기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발달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놀이와 탐색의 시간을 빼앗고 있습니다. 영유아 교육 현장의 교사, 연구자, 부모, 정책 전문가 26인은 조기 사교육이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교육 현실을 짚고, 국가와 사회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조기가 아닌 ‘적기교육’을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제안합니다. 빨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제때 자라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권리입니다. 

 

필자: 천은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책임연구원)

스웨덴의 사상가 엘렌 케이(Ellen Key)는 자신의 저서 「어린이의 세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자연이 스스로 돕도록 하고단지 주위 상황이 자연의 활동을 지원하도록 살피는 일그것이 교육이다아동의 고유한 본성을 억압하고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하는 것은 교육학적 범죄다.”

 

20세기에 쓰인 교육학의 고전이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영유아의 고유한 본성이 자라날 자리에 무엇을 채우고 있는가. 

 

■ 어른의 시간표에 끼워 맞춰진 영유아

 

오랜 시간 어른들은 영유아를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보며 스스로 정해 놓은 발달 시간표에 영유아들을 끼워 맞춰 왔다. 전통적인 아동 발달관은 보편성을 앞세우느라 영유아 저마다의 고유한 발달 속도와 이해 방식을 간과해 왔다.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발달심리학의 일부만을 차용해 ‘이 시기에는 이만큼 도달해야 한다.’ 말하는 마케팅을 끊임없이 펼치며 부모의 불안을 자극하고 지갑을 열게 한다. 그렇게 영유아의 발달을 기다리고 관찰할 여유는 줄어들고, 그 자리는 성인의 욕망과 사교육의 논리로 채워진다.

 

영유아는 저마다 고유한 방식과 속도로 자신의 발달을 성취하는 존재이다. 외부의 잣대로 학습을 억지로 욱여넣는 순간, 영유아의 내면에서 스스로 싹터야 할 온전한 발달은 그대로 멈추고 만다. 

 

영유아의 배움은 놀이’ 그 자체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연령별 구분을 없앴다. 누리과정 해설서는 그 이유를 “유아가 경험해야 할 내용을 연령에 따라 인위적으로 나누기 어렵고 연령별 구분이 개별 유아의 배움의 특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누리과정에 담긴 세부 내용은 교사가 가르쳐야 할 지식도, 유아가 도달해야 할 성취 기준도 아닌 경험할 내용이다. 현행 누리과정에는 한글을 읽고 쓰는 것, 덧셈과 뺄셈 같은 인지적 내용이 없다. 유아기에는 놀이가 곧 배움 그 자체라는 뜻이다.

 

어제 했던 블록놀이를 오늘 다시 꺼내어 논다고 해서 뒤처지거나 진도를 놓치는 것이 아니다. 호기심을 품고 탐구하고 타인과 소통하고 갈등을 조율하고,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하는 경험은 놀이를 통해 쌓이고 되풀이되며 이어진다. 놀이는 무언가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 사교육시장의 놀이식 교육은 진정한 놀이가 아니다

 

반면 사교육이 주도하는 ‘놀이식 교육’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 놀이식 한글, 놀이식 영어, 놀이로 배우는 수학처럼 도달해야 할 지점을 이미 정해 두고 놀이는 목표를 향해 가는 수단으로 쓰인다. 유아교육에서는 배움 그 자체였던 놀이가 사교육에서는 배움을 나르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놀이식 교육’이 힘을 얻는 이유는 부모를 교묘히 안심시키기 때문이다. 놀면서 배운다니... 억지로 시키는 주입식 교육보다 낫다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놀이의 자발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지우고 미리 정한 학습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된 활동은 놀이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짜인 시간표 안에서 교사가 주도하는 활동은 진정한 놀이의 본질과 어긋난다. 

 

존재를 긍정하는 기다림의 교육으로

 

영유아의 시간은 어른의 시계로 잴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들보다 더 빠른 출발선이 아니라 한 아이의 고유한 우주를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다. 그 인정은 기다림으로 나타난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아니다. 엘렌 케이의 말처럼 자연이 스스로 돕도록 하되 주위 상황이 그 활동을 살피고 지원하는 것, 그것이 기다림이다. 진정한 의미의 적기(適期)교육은 바로 이 기다림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영유아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은 어른이 만든 테스트를 통과할 때가 아니다. 스스로 흙과 돌멩이를 손에 쥐고 부수고 쌓으면서 수많은 실패와 도전을 거듭할 때다. 영유아가 가진 저마다의 삶의 궤적을 묵묵히 응원하는 사회, 그것이 바로 교육의 진정한 출발선이다. 우리 사회는 영유아의 고유한 본성이 스스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줄 용기를 갖추고 있는가.

 

기다림은 부모의 몫이 아닌 국가의 책임

 

이 기다림을 부모 개인의 용기와 결단에만 떠넘길 수 없다. 불안은 저절로 자라난 것이 아니다. 발달심리학 일부만 차용해 영유아를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하고, 뇌과학을 빌려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고 겁주는 시장이 키워 온 불안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2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0세부터 사교육을 시작했다고 답한 비율은 2016년 11.9%에서 2024년 32.9%로 약 2.8배 늘었고, 교육부의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서는 조사대상 가정 양육 영유아의 17%가 하루 세 시간 이상 운영되는 반일제 학원에 다니며 비용은 월평균 145만원으로 조사되었다. 계속되는 경쟁의 압력 속에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이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조기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영유아 대상 학원의 관리·감독을 체계화하고, 놀이 중심 교육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초등학교 교실이 선행 학습을 전제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신호도 국가가 분명히 주어야 한다. 초등 1학년 학부모 설문에서 취학 전 한글을 미리 가르친 이유 1위는 '학교가 한글을 안다는 전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생각해서'였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정치하는엄마들, 2024.1.). 그러나 초등 1·2학년의 한글책임교육시간은 2017년 68시간에서 2022년 102시간으로 늘었다. 제도는 있는데 부모는 알지 못한다. 국가가 할 일은 여기서 부터다. 이 기다림은 부모가 홀로 감당할 몫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져야 할 책임이다. 

2026. 08. 27.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 문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천은아 책임연구원(02-797-4044내선번호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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