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번역자와 새롭게 읽는 <공정하다는 착각>' 강의 스케치
30만부가 넘게 팔렸다는 마이클 샌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의 원제는 ‘능력주의의 폭정’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능력주의’라는 말의 의미가 쉽게 전달되지 않아서였을까? 번역서의 제목은 2021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사를 ‘저격’했다. 도대체 능력주의가 무엇이 문제길래 저자는 '폭정'이라고 표현했을까.
능력주의의 순수한 발현은 가능할까
지난 11월 초,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경향신문과 공동주최한 능력주의에 관한 특별포럼에서 여러 토론자들이 “‘능력주의’는 타도 대상이 아니다. 다만, 능력주의를 왜곡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능력과 노력에 따라 온전히 공정한 보상이 주어지는 게 실현 가능할까? 그것은 마치 무균실과 같은 상태를 상정하는 것은 아닐까. 태어나는 나라와 부모가 개인의 평생 소득 80%를 결정짓는다는 통계 앞에 능력주의가 순수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 ‘등대지기학교’가 올해는 ‘불평등과 능력주의 너머를 상상하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그동안에는 학부모를 주 타깃으로 양육과 교육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면, 이제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주제로 확장되었다.

1강은 ‘공정하다는 착각’의 번역자 함교진 교수(서울교대 윤리교육과)가 맡았다. 그는 강의에서 “방탄소년단이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성공에는 현재라는 시대, 대한민국, 아이돌을 육성하는 연예산업문화, 그들의 다양한 작품과 마케팅이 인류 보편적인 정서와 만나 일으킨 화학작용 등 매우 다양한 노력과 우연적 요소가 녹아들어 있다. 어느 누구도 이 성공이 순수한 능력과 노력으로 얻은 과실이라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 같다.
분배적 정의에서 기여적 정의로
신분세습주의의 대안처럼 여겨지는 능력주의는 실상 감추어진 세습주의나 다름없다. 샌델은 ‘능력주의가 승자에게는 오만함을, 패자에게는 분노와 절망을 부추기며, 결국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말하며 최소한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능력주의의 폭정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방식은 ‘분배적 정의에서 기여적 정의로’ 나아가는 것이다.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더 많이 봉사하고 기여한 이들에게 보상하고, 공동체에 기여 없이 얻은 불로소득에는 더 충분히 과세하자는 것이다. 이 세금은 부유세, 소비세, 금융거래세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특히, 대학입시에서 1차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검사로 하고, 2차를 추첨으로 시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해서 많은 이들에게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유럽처럼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는 나라들은 대입제도가 별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고등학교 배정처럼 자기 집 가까운 곳이나,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의대 같은 인기학과는 대기 연한 순서를 적용한다거나, 진급시 유급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그 문이 훨씬 넓다. 최소한의 학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촘촘한 성적 서열은 대학에서 관심 있는 전공을 공부할 수 있는 자격과는 별 상관이 없으니 오히려 추첨이 공평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서로는 아직도 너무나 멀고 낯선 논리이다.
능력주의로 더 많은 것을 누리는 승자들에게 겸손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 대목 역시 독자들을 맥빠지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함교진 교수는 사회 변화는 구성원들의 의지에 달려있는데 의지란 무엇인가? 결국 마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 겸손한 마음이야말로 최소한 변화의 출발이 될 수 있다. ‘불능공화국’ 일곱 개의 강의를 듣는 과정 역시 ‘나’라는 한 사람의 개인에게 뿌리는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다음 강의를 들어야겠다.
16기 등대지기학교 수강 신청하기
https://bit.ly/3nuFrwg
'마이클 샌델 번역자와 새롭게 읽는 <공정하다는 착각>' 강의 스케치
30만부가 넘게 팔렸다는 마이클 샌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의 원제는 ‘능력주의의 폭정’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능력주의’라는 말의 의미가 쉽게 전달되지 않아서였을까? 번역서의 제목은 2021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사를 ‘저격’했다. 도대체 능력주의가 무엇이 문제길래 저자는 '폭정'이라고 표현했을까.
능력주의의 순수한 발현은 가능할까
지난 11월 초,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경향신문과 공동주최한 능력주의에 관한 특별포럼에서 여러 토론자들이 “‘능력주의’는 타도 대상이 아니다. 다만, 능력주의를 왜곡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능력과 노력에 따라 온전히 공정한 보상이 주어지는 게 실현 가능할까? 그것은 마치 무균실과 같은 상태를 상정하는 것은 아닐까. 태어나는 나라와 부모가 개인의 평생 소득 80%를 결정짓는다는 통계 앞에 능력주의가 순수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 ‘등대지기학교’가 올해는 ‘불평등과 능력주의 너머를 상상하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그동안에는 학부모를 주 타깃으로 양육과 교육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면, 이제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주제로 확장되었다.
1강은 ‘공정하다는 착각’의 번역자 함교진 교수(서울교대 윤리교육과)가 맡았다. 그는 강의에서 “방탄소년단이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성공에는 현재라는 시대, 대한민국, 아이돌을 육성하는 연예산업문화, 그들의 다양한 작품과 마케팅이 인류 보편적인 정서와 만나 일으킨 화학작용 등 매우 다양한 노력과 우연적 요소가 녹아들어 있다. 어느 누구도 이 성공이 순수한 능력과 노력으로 얻은 과실이라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 같다.
분배적 정의에서 기여적 정의로
신분세습주의의 대안처럼 여겨지는 능력주의는 실상 감추어진 세습주의나 다름없다. 샌델은 ‘능력주의가 승자에게는 오만함을, 패자에게는 분노와 절망을 부추기며, 결국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말하며 최소한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능력주의의 폭정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방식은 ‘분배적 정의에서 기여적 정의로’ 나아가는 것이다.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더 많이 봉사하고 기여한 이들에게 보상하고, 공동체에 기여 없이 얻은 불로소득에는 더 충분히 과세하자는 것이다. 이 세금은 부유세, 소비세, 금융거래세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특히, 대학입시에서 1차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검사로 하고, 2차를 추첨으로 시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해서 많은 이들에게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유럽처럼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는 나라들은 대입제도가 별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고등학교 배정처럼 자기 집 가까운 곳이나,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의대 같은 인기학과는 대기 연한 순서를 적용한다거나, 진급시 유급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그 문이 훨씬 넓다. 최소한의 학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촘촘한 성적 서열은 대학에서 관심 있는 전공을 공부할 수 있는 자격과는 별 상관이 없으니 오히려 추첨이 공평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서로는 아직도 너무나 멀고 낯선 논리이다.
능력주의로 더 많은 것을 누리는 승자들에게 겸손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 대목 역시 독자들을 맥빠지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함교진 교수는 사회 변화는 구성원들의 의지에 달려있는데 의지란 무엇인가? 결국 마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 겸손한 마음이야말로 최소한 변화의 출발이 될 수 있다. ‘불능공화국’ 일곱 개의 강의를 듣는 과정 역시 ‘나’라는 한 사람의 개인에게 뿌리는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다음 강의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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