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방법 초6, 뭘 빼서 자유 시간을 늘려주면 좋을까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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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 아이는 외동딸이고 빨강머리 앤이나 하이디처럼 맑고 밝은 성격입니다. 딸은 항상 '놀고 싶어'라는 말을, 저는 '시간 없어. 서둘러'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ㅠㅠ. 혼자나 친구들이랑 노는 모습을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노는 시간을 늘려 주고 싶은데, 현재 하는 활동들이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보니 뭘 빼야 할지 결정을 못하겠습니다.

 

[딸의 일주일 스케줄]

월,금

- 방과 후 컴퓨터 수업: 마치고 하교하면 4시 2-30분.

초 1부터 시작한 컴 수업을 딸 수 있는 자격증 다 따고 싶다고 자기가 원해서 함. 제가 빼자고 해도 딸이 거부.

- 영어학원(월,수,금) : 잠시 간식 먹고 짐 챙기고 5시에 학원차 타러 가면 8시쯤 귀가. 학원 수업은 2시간, 왕복 이동 약 1시간. 초 저학년 때 학원 보내다가 안 맞아해서 4학년부터는 집에서 저랑 했었는데, 자꾸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바람에 5학년 2학기부터 학습부담 적은 곳으로 골라서 보내고 있음

- 학교 숙제 : 저녁 먹고 잠시 쉬다가 9-9:30쯤 부터 1-1.5시간 숙제. 담임이 의욕적이어서 숙제가 많음.ㅠㅠ

- 수학(월,수,금) : 대략 10:30 전후로 시작. 디딤돌 최상위 수학으로 학교 진도보다 2단원 정도 선행(제가 봐주고 있음) 하루 분량이 3페이지인데, 제가 잔소리가 많아져서 12시 넘어서 때로는 1시까지 하는 경우 많음.

- 독서(매일) : 제가 매일 10-20분 정도 읽어주기로 했는데, 요즘 계속 1시 가까이 되서 공부가 끝나서 실행률 10% 수준. 이건 딸이 책을 반추하지 않고 휙휙 읽는 습관 때문에,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도록 하기 위해 1달쯤 전부터 시작. 제가 읽으면서 '넌 이런 때 어떻게 해?','이건 **랑 비슷하네' 등의 추임새를 넣고 있음

 

- 방과 후 오케스트라 수업(주1회):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이어서 마치고 하교하면 4시 40분 정도.

- 검도 (화,목) : 잠시 간식 먹고 휴식 후 6시 10분쯤 학원차 타러 가면 8시쯤 귀가. 학원 수업은 약 1시간, 왕복 이동 약 1시간. 운동을 좋아해서 가능한 한 계속하도록 하고 싶음

- 학교 숙제 : 저녁 먹고 잠시 쉬다가 9-9:30쯤 부터 1-1.5시간 숙제.

- 영어 학원 숙제 : 대략 10:30 전후로 시작. 12시쯤 끝남

 

- 하교하면 2시 조금 지남.

- 플룻 레슨 (주 1회) : 잠시 간식 먹고 약간 연습 후 3-4시 수업. 오케스트라 수업만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워서 하고 있음. 음악을 전공할 생각은 아니지만, 외동이다 보니 단체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 초3부터 계속 하고 있음. 본인은 운동만큼 좋아하는 건 아닌데, 하던 거라 끊기 싫어함

- 영어 학원 : 5시에 학원차 타러 가면 8시쯤 귀가.

- 이후 스케줄 월, 금과 동일

 

- 하교하면 2시 40분 정도.

- 그림책 학원 (주 1회) : 잠시 간식 먹고 휴식. 또는 친구랑 놀다가 4시에 학원으로 출발해서 6시까지 학원 (1.5시간 수업) 자기가 이야기를 꾸미고 그림을 그려서 약 1년에 걸쳐 책을 만드는 것. 이것도 아이가 절대 뺴고 싶어하지 않는 항목. 아이는 그림 그리는 맛에, 저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언어능력이 향상되기를 원해서 보냄. 2년 정도됨.

- 영어 학원 : 5시에 학원차 타러 가면 8시쯤 귀가.

- 검도 : 위 학원 끝나고 바로 이동.

- 이후 스케쥴 화요일과 동일

 

- 농구 : 오전 10시-11시. 검도는 혼자하는 건데 이것은 여럿이 하는 거라 아이가 더 흥미를 가짐.

주중 검도를 농구로 바꿔서 주 3회 농구를 하게 해 달라고 하고 있음

- 영어학원 : 중간에 점심 먹고 12시-1:30까지 단어 보충수업

이 학원이 주중에는 단어를 1회 10개 정도만 다루기 때문에 이것을 보충하고자 정기적으로 토요 수업 개설

- 자유시간 : 2시간 정도. 사실 이 시간대에 이 분량의 시간으로는 친구들과 시간 맞춰서 놀기 쉽지 않죠. ㅠㅠ

- 디베이트 수업 참관 : 아빠가 수원에서 사촌언니 친구들 대상으로 디베이트 수업을 하고 있어서 거기 보조로 따라감. 4시 이전에 출발해서 집에 오면 8:30 전후.

- 디베이트 수업 준비 : 잠시 쉬다가 10시 전후로 일요일 디베이트 수업 관련 자료 읽기나 서치. 입장 정리 시작. 11시 또는 그 이후에 끝남

 

- 디베이트 학원 : 오전 10시-12시. 아이가 독서를 깊이 있게 하지 않고 평소 생각의 호흡이 짧으며, 작문 엉망, 말할 때 핵심이 흐린 편이라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시키게 되었고 약 1년 정도함. 아이는 본인이 가진 성향 (논리 약함)때문에 아직 잘 하지는 못하지만 이것이 친구들 대비 비교우위라 생각해서 애착을 가짐

- 자유시간 : 점심 먹고 집에 오면 약 2시. 이 때부터 저녁 먹기 전까지 자유시간. 보통은 긴급 연략을 해서 친구들과 놀거나 피곤해서 자거나 혼자서 뒹굴뒹굴. 또는 숙제

- 각종 숙제 : 저녁 후 7-9시에 학교 숙제, 영어학원 숙제

- TV : 9-10:20. 온가족 개그콘서트 시청.

- 이후 시간은 미처 못 마친 숙제를 하거나 TV를 좀 더 보거나 게임, 12시 이후 취침

 

보시다시피, 아이의 자유시간은 토요일 2시간정도, 일요일 4시간 정도가 전부입니다. 또래 아이들은 놀이공원, 쇼핑 등을 하며 종종 하루 종일 노는데 우리 아이는 그렇게 노는 시간이 없는 거죠. 가끔 몸이 안 좋거나 숙제하기 너무 싫어하면 하지 말라고 하기도 하지만요.

참 안타까운 것이 저번 주에는 숙제를 하기 싫다 해서 그럼 오늘은 하지 말라 했더니 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산과 염기 실험을 재미있다고 집에서 하는 거예요. 장미 끓이고 세제, 식초, 락스, 주스, 사이다 등등 갖다가 색 변하는 거 보고 사진 찍고 그러더군요.

 

더 전에는 길게 자유시간을 주면 자기가 주제를 잡아서 파워포인트로 뭔가를 만들어서 엄마 아빠한테 강의를 하기도 하구요. 외부에서의 강제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비어있는 시간을 주면 스스로 즐기면서도 학습적인 활동을 할 아이인데, 그런 시간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러면서도 빼려니 하나 하나가 다 빼기 아깝기도 하구요. 그리고 또 난감한 것이... 저는 주요 교과목관련 사교육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도 아이 스케줄은 빡빡하고, 사고력을 중시한다고 생각하는데도 아이는 생각의 호흡이 짧고 즉흥적이라는 점입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문제에 대한 윤곽을 잡기 보다는 바로 계산부터 하고, 시험이나 문제집에서 틀린 문제에 대해서는 틀렸다는 사실자체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제가 계속, 틀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어떤 점을 생각하지 못해서 틀린 것인지를 파악해서 그것을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틀린 문제를 반추하는 습관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고요, 책을 읽고 나면 순서대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핵심 메시지를 파악하거나 연관된 사실이나 의견을 생각해보려 하지 않습니다. 영어도 학원에서 내 주는 영작 숙제를 틀렸던 것을 계속 틀리구요. 한마디로 제가 보기에 공부를 소화하지 않고 그냥 숙제분량만 맞추고 있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자녀분의 일상을 읽으며 제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 글에 이런 말씀을 드려 몹시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마지막에 쓰신 생각의 호흡이 짧고 즉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모든 스케줄에 실려 있다는 생각이 드니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네요. 어른도 이런 스케줄로 직장을 다니라 하면 다닐 수 없습니다. 돈을 억만금 준다 해도 사양할 일이지요.

 

제가 더욱 마음이 아팠던 것은 예전에 보았던 어학원 아이들의 일상을 너무나 똑같이 반복하는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기계적이고, 수동적이며, 의욕을 스스로 저당잡힌 아이들 모습 말입니다.

혼자 실험하고 재밌어 하며 나름대로의 시간을 보내는 자녀분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나머지 시간은 철저한 아이의 선택권과 자유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학습에 있어 정말 중요한 사고력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요?

숙제는 왜 하는 것이고, 아이의 스케줄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6학년 아이가 새벽에 잠드는 이 상황을 놓고 틀린 문제를 반추하는 능력이 길러질까요?

사고력은 바쁜 일상에서는 절대 생길 수 없는 힘입니다. 깊이 생각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하고 주변의 재촉하는 일상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있으면 안 됩니다. 반추도 실은 사고력과 동반되어 생기는 능력입니다. 심심해야 하고 여유가 있어야 하며 충분한 독서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힘입니다.

현실상 공부가 필요하다해도 정말 복습에 필요한 시간외에 다른 시간들은 온전히 아이 것이어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잠자는 시간은 항상 충분해야 하구요.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면 어찌되겠습니까?

학교에 가서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없습니다. 학교에 가 있는 시간만 따져 봐도 어떤 시간을 주로 이용하고 실리적 이득을 취해야 할까요? 학교에서 알게 모르게 잠 들고 집에 와서 공부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잠드는 시간이 이렇게 되면 결과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수업시간 잠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잠이 부족한데 사고력이 생길 수 있나요?

독서가 충분하지 않은데 사고력이 생길 수 있나요?

숙제는 절대적인 학습 분량을 주는 것인데 머리는 갇혀있고 시간만 채우고 몸만 힘든 노동이 되면 되겠습니까? 절대 자기 내면화가 될 수 없지요.

 

대부분 아이들 숙제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은 숙제가 아니라 노동입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깊이 생각하여 어떻게든 풀어보려 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풀려 하지요. 무엇인가를 외울 때도 이 단어가 문장안에서 어떤 다른 뜻으로도 적용이 될까? 어떻게 나는 소리일까? 깊이 생각해 볼 틈이 없습니다.

무엇을 뺄까를 다른 사람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설령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해도 부모님이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주시고 쉬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토, 일요일 만큼이라도 온전한 자유시간을 주세요. 평일 9시 이후만이라도 자기 시간을 주세요. 성장하고 자기를 돌아보고, 의욕으로 배우려는 아이에게 외부의 프로그램이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사춘기가 오면 아이들의 뇌는 급속도로 발전을 하기도 하지만 급속도로 포기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미 오는 사춘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사춘기는 앞전에 부모님과 자녀분이 함께 저축했던 시간들과 만족하고 좋았던 시간과 기억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계속 출금해야 하는 시기에 저축해 놓은 시간이 없다면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지요. 자녀분께 가정과 함께 할 수 있는 저축할 시간을 선물하세요. 빠를수록 이후에 후회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제가 자녀를 교육하면서 제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초등고학년이 되기까지 절대적인 자유와 욕구충족을 놀이와 시간으로 충분히 주었던 것, 심심할 때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 것, 기계매체와 놀이하지 않고 가족과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 이 세 가지입니다. 가만히 놔 두어도 학습, 배움 등은 그러한 안정감을 바탕으로 자기 욕구에 의해 불붙어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내용이 어렵고 공부양이 많을 때 포기하는 아이보다 하고 싶은 아이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뭔가 돈 주고 배우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수업료를 지불하는 순간 모든 프로그램들이 다 훌륭해 보이지요. 그런데 그 이후에 잃는 것들이 훨씬 많이 생겨납니다.

다소 직언을 한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빨강머리 앤과 하이디처럼 정말 어떤 상황이 찾아와도 긍정적이고 활짝 웃으며 모든 일에 맞서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할 수 있는 예쁜 자녀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제가 경험한 뼈아픈 아이들 모습이 생각나 어떻게 해서든 도움이 되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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