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실님이 올려주신 긴 상담글과 아이 특징을 봤어요. 무엇보다 두실님이 아이가 셋이다 보니 아이들 보살피느라 하루가 정신없고 첫째에게만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첫째가 알아서 잘해줬으면 싶은 마음도 있으시겠다 싶어요.


먼저 문의글에서 수학학습과 관련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금하시다고 하셨는데, 학습지를 시작하셨으니 우선 학습지 선생님과 잘 의논해보시면 좋겠어요. 연산은 2학년 구구단의 어려움은 없는지 살펴보시고 시간과 길이, 들이와 무게 같은 측정영역은 생활 속에서 “00아, 지금 몇 시야? 30분 후에 우리 밥 먹자.”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볼 수 있게 해주시면 도움이 돼요.


초등 저학년은 생활 속에서 충분히 익힐 수 있어요. 우유 한 팩이 얼마큼의 양인지, 음료수 1.5L도 장보면서 같이 확인하고 그러면서 양도 비교할 수 있어요. 몸무게도 체중계에 재보고 식구들의 몸무게도 비교해보고, 쌀 10Kg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들어보고, 키재기도 해보고 얼마든지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요. 학습지 선생님은 학습지로 하시고 두실님은 생활 속에서 하시는 거죠. 나눗셈도 동생들에게 과자나 간식을 똑같이 나눠주면서 익힐 수 있어요. <웃어라, 수포자> 수학 소책자에 같이 첨부되어 있는 수학개념 연결 로드맵으로 우리 아이가 어느 영역을 힘들어하는지 확인해보실 수 있어요. 최수일선생님이 쓰신 [개념연결 초등수학사전]으로 개념을 짚어주셔도 좋고요.


제가 지역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데, 수학이란 과목은 어느 과목보다 심리적 영향을 많이 끼쳐요. 잘 하던 아이가 유독 집중을 못하고 힘들어하면 가정에서 뭔가 불안한 요인이 있더군요. 특히 어머님의 불안이 아이에게도 연결이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두실님이 늦었다고 생각하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니 천천히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학습지 숙제도 분량을 조절하면 어떨까요?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억지로 하는 것은 지속하기도 어렵고 싫다는 감정이 먼저 작용해서 좋아질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전 두실님이 어느 시간에 숙제를 할 건지 숙제할 시간과 분량 등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면서 조절해 나가시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아이가 할 수 있다고 믿어주셔야 해요. 처음부터 잘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죠. 그런 시행착오들을 거치면서 작은 성공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아이는 효능감과 함께 자신감도 생겨나요. ‘아~ 나도 하면 되는구나. 앞으론 이렇게 해야겠구나.’하는 거죠.

저와 수업했던 중학생 중엔 정말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아무것도 안한 아이가 있었어요. 심지어 문제집조차 풀지 않았어요. 하지만 초등학교 졸업하면 사칙연산은 다 해요. 연산이 빠르고 느리고의 차이는 있죠. 그리고 또한 초등학교 때 배우는 시간, 들이, 무게, 구구단, 큰 수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못 봤어요. 교육과정의 속도와 우리 아이의 속도(진도 속도뿐만 아니라 문제 푸는 속도까지 포함해서요.)가 다를 수 있고 변별력이란 이유로 실수를 유발하는 평가가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인 경우가 더 많아요. 초등은 반복적이고 지겨운 연산연습도 한 몫을 하죠. 매단원을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초등 4학년에 수학학습 결손이 와서 저와 5학년 때 이전 학년 수학 공부를 했던 아이가 있었어요. 인지 나이가 5학년이니 아래 학년 수학은 너무 쉽게 이해했어요. 그리곤 금방 5학년 수학을 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어머님이 공부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아이가 수학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없으니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았어요. 물론 초등 이후의 수학은 본인의 노력과 하겠다는 마음이 더 중요해요.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수학과 관련된 책들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수학귀신]이나 안노 미쓰마사의 <어린이가 처음 만나는 수학그림책>시리즈도 있어요. 이 밖에도 의외로 수학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있어요. 책을 통해 수학이 재미있다는 감정을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두실님 말씀처럼 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아이도 그렇지만 두실님도 지치시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려면 믿어주고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옆에서 할 수 있다고 해주는 거예요. 그러려면 두실님이 여유가 있어야 해요. 시간적인 여유와 함께 심리적인 여유까지요. 긴 글에서 써주신 것처럼 우리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불쑥 올라오는 마음을 잡아줄 거라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도 대견스런 모습이 있더군요. 첫째라 혼자 감수했을 것들도 많을 것이고 동생들에게 양보도 많이 할 것 같아요. 수학 학습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힘들어하는 마음을 알아주시고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아이가 더 클 거예요. “엄마는 네가 잘하고 싶어 한다는 거 알아. 잘 안 되는 것도. 엄마가 잘 못하지만 도와줄게. 우리 같이 해보자.”하면서 정말 아이가 원하는 도움이 무엇인지도 알아보시면 좋겠어요. 그러다보면 엄마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겠죠.


초등 3학년 너무 겁먹지 마시고 그렇다고 그냥 둬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다니, 아이와 함께, 선생님들의 조언을 구하면서 천천히 즐겁게 학습을 도와주셨으면 해요. 수학을 못한다고 학교생활 모두를 재미없어하지는 않는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한 두실님이 즐거워야 아이도 즐겁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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